"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이는 교직원 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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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정 교육장(광주서부교육지원청)
박주정 교육장(광주서부교육지원청)

오늘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이는 교직원 자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 ‘미나리’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이 영화는 흔한 반전이나 낭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1980년대를 살아간 이들의 평범함이 소소한 웃음과 이따금의 울컥거림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저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병아리 감별사인 아빠를 따라 병아리 감별장에 간 아들이 왜 어린 수컷을 폐기하는지 묻습니다. 아빠는 아들에게 눈을 맞추며 “맛이 없거든. 알도 낳지 않고….” 그런 다음 한 마디 덧붙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쓸모가 있는 사람이 돼야 해.”

  산업화 시대 학교는 ‘사회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라고 교육하였습니다. 하지만 현 시대는 교육공동체 모두가 온전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학교는‘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도구적 관점보다는 구성원 개인을 소중히 여기며, 아이들 교육을 위해 교직원이 자율성과 책무성을 다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교직원 자치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학교는 수시로 변동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평소와 달리 이중삼중의 어려움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자율과 책무의 학교 자치의 힘이 내재해 있었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업무와 방역에 대한 부담으로 갈등과 회피의 움직임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함께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교문에서 발열 체크를 하며 학생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이하는 배움터지킴이와 교장선생님, 학교 구석을 분주히 오가며 학생들의 학년별 동선을 챙기는 교감선생님, 구비된 방역물품을 확인하고 원격수업 기자재를 챙기며 교실 구석구석을 소독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행정실 직원들, 하루에도 수십 번 원격수업을 자체 제작하고 등교 수업을 기다리는 교과 선생님, 미처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들을 전화로 일일이 챙기며 아이들의 화면 속 대화에 따뜻한 댓글로 피드백하는 담임선생님, 학생들의 학교밖 생활과 심리 정서적 건강을 체크하는 상담선생님, 넘치는 행정업무를 살뜰히 챙기는 공무직 선생님,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지는 조리원님, 일시적 관찰실을 지키며 코로나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보건선생님…… 그야말로 자율과 책임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학교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학교가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었다면, 이제 사람들은 이 기능만으로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광주교육의 학교 자치는 교직원 자치를 중심으로 학생 자치를 적극 보장하고 학부모 자치가 활성화되어 집단지성의 협의 문화, 소통과 협력의 민주적인 학교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2019년 「광주 학교자치에 관한 조례」로 시작된 교직원 자치의 씨앗은 어느 새 아칸소의 평범한 풀‘미나리’처럼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척박한 코로나의 허허벌판에서 빛으로 싹트고 있습니다. 소박한 영화가 빚어내는 일상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교육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일상은 더욱 온기가 넘치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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