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연현철 기자 

▷연현철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주말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반갑습니다. 벌써 2020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선권 : 네, 우리의 일상을 코로나가 삼켜버린 한해였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자정이 되면 새해 소망으로 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서 사람들의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빌어볼까 합니다.

▷연현철 : 네, 저도 같은 마음으로 빌어보도록 하겠고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떠날 여행,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주실 건지 궁금합니다.  

▶김선권 : 오늘은 순천만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남해안의 드넓은 해수면으로써 순천 시내를 흐르는 동천이 바다로 나가는 끝자락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 지점으로부터 순천만의 갯벌 앞부분까지에는 여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갈대밭이 조성돼있습니다. 갯벌의 전체면적은 여의도면적의 8배에 가까운 면적입니다. 갯벌은 하천으로부터 끊임없이 영양물질이 공급되며, 수천 종 동식물의 서식공간입니다. 갯벌은 자그마치 지구상 생물의 20%가 서식하는, 생물 생산성이 가장 높은 생태계입니다. 그중에서도 순천만의 갯벌은 보전 가치가 뛰어나고 생산력이 왕성한 습지보호지역입니다.

▷연현철: 여의도의 2배 가량이 된다고요?

▶김선권 : 네, 갈대밭이요. 갯벌은 8배 정도 됩니다. 

▷연현철 : 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김선권 : 그 면적이 어느정도냐면요, 흥덕구의 한 3분의 1정도의 넓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상당히 넓은 면적이죠. 이 광활한 갯벌에 겨울이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재두루미, 큰고니를 비롯해서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 희귀종들이 찾아옵니다. 순천만에서 발견되는 철새는 무려 230여 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가량이나 됩니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이곳에 눈이라도 내리면, 하얀 눈이 떼를 지어 있는 흑두루미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2년 전에 폭설이 내리던 어떤 날에 그런 행운을 누렸습니다.

▷연현철 : 그런데요 작가님, 원래 순천은 눈이 잘 안 올 뿐더러 오더라도 금방 녹지 않나요?

▶김선권 : 그러니까 행운이라고 하는 거죠. 흑두루미는 겁이 무척 많아서 조금만 다가가도 날아가 버리는데, 눈이 와서 경계심이 풀렸는지 비교적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뭐 그래봐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 있었지만요. 새는 겁이 많아요. 우리가 흔히 겁이 많은 사람에게 ‘새가슴’이라고 하잖아요. 제 경험상 두루미가 겁내지 않는 동물은 고라니가 유일했습니다. 고라니는 곁에 가도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오랜 세월 경험이 축적되어 고라니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각인된듯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위험하다는 사실도요. 

▷연현철 : 아무래도 자연과 동물에 대해서는 인간이 가장 위협적이지 않을까싶은데요.

▶김선권 : 안타깝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순천만은 2003년도에 습지보호구역 2006년에 람사르협약 등록, 2008년도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서 농게, 칠게, 짱뚱어 등 각종 갯벌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게는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요. 얼핏 보면 그냥 작은 게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어떤 녀석은 앞발이 엄청나게 크고요, 어떤 녀석은 발의 흰색, 또 어떤 녀석은 발이 빨간색,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모양과 종류가 모두 다릅니다. 순천만은 한마디로 게판입니다.

▷연현철 : 게판이요? 청취자분들께서 오해할까 싶은데 꽃게 할 때 그 ‘게’라는 말씀이시잖아요. 게가 얼마나 많을 지 예상이 되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가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이곳의 정확한 이름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입니다. 생태공원이란 기존의 공원과는 달리 생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며 인간의 간섭을 줄이고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자연 순환 체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을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을 보여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순천만 습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대한 갈대 군락입니다. 봄이 오면 갈대를 베어주는데 그래야 새로 자라는 갈대가 잘 생겨난다고 합니다. 잘 자라난 갈대는 가을에 갈대 축제가 열릴 정도로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데, 가을철 갈대의 모습도 멋지지만, 제 생각에는 여름철 초록초록하게 자라나는 갈대의 모습이 더욱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현철 : 그러게요. 저도 이 갈대밭하면 가을, 겨울 이 쓸쓸한 정취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파릇파릇한 생명감 이런 느낌일까요?

▶김선권 : 네, 제가 여름에 갈대밭을 본 후에, 제가 ‘갈대는 가을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순천만의 갈대 군락은 덥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또 순천만 자연 생태 공원에는 갯벌에 대한 관광객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데크 탐방로가 설치되어 있어요. 갯벌 데크 탐방길에는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실 온 구역이 모두 포토존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어디서 찍어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다른 느낌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갯벌 데크 탐방길을 벗어나면 출렁다리를 지나 용산전망대로 향하게 됩니다. 다리를 통과하면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전망대까지의 거리는 1.3km인데 천천히 걸어도 왕복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도중에 길이 갈라집니다. ‘다리 아픈 길’과 ‘명상의 길’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길이 하나뿐이었는데 후에 ‘명상의 길’이 새로 조성되어 어르신이나 신체적 약자들도 멋진 풍경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현철 : 어르신뿐만 아니라 저도 명상의 길을 선택할 것 같은데요. 이 다리아픈 길은 생각만해도 다리가 아플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김선권 : ‘다리 아픈 길’도 그리 힘든 길은 아닌데, 이름이 주는 중압감 때문인지 대부분 ‘명상의 길’을 택합니다. 저 또한 ‘명상의 길’이 생긴 이후로는 ‘다리 아픈 길’이란 이름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항상 명상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언덕을 올라가 전망대로 가는 길에 보조전망대가 나옵니다. 보조전망대에서도 순천만 갯골의 아름다운 S라인을 감상할 수 있으나 말 그대로 ‘보조전망대’일 뿐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무척 아름답지만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용산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훨씬 아름다우니까요. 보조전망대에서 5분 정도만 더 걸어가면 용산전망대에 이릅니다. 멋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곳이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습지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과의 조화가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계절별로 느낌이 모두 다릅니다. 이왕이면 일몰 시각에 맞춰서 오르면 더욱 좋습니다. 지금도 하나 모르겠는데 예전에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유시민 작가가 찾아와서 노을을 감상하던 곳입니다. 노을과 S라인 갯골이 이루는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연현철 : 춥지는 않나요? 

▶김선권 : 옷은 좀 따듯하게 입고 올라가셔야 합니다. 지난번에 갔을 때는 봄이라는 계절만을 믿고 얇게 입고 올라갔는데 바람이 상당히 거세게 불어서 꽤 쌀쌀했어요. 

▷연현철 : 그러셨군요.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순천만에 갔으면 꼭 먹어봐야 한다 이런 맛집 어디가 있을까요?

▶김선권 : 순천만에는 짱뚱어탕이 가장 유명하지만, 오늘은 꼬막 정식을 추천해보겠습니다. 보통 꼬막이면 벌교를 생각하게 되는 게, 물론 그 이전부터 유명하긴 했지만 ‘꼬막 하면 벌교’라는 공식과도 같은 말을 만들어낸 데는 한때 인기 절정의 TV프로그램이었던 ‘1박2일’이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벌교나 순천이나 ‘그 바다가 그 바다입니다’ 꼬막의 산지로 유명한 ‘여자만’은 순천, 벌교 그리고 고흥에 둘러싸인 해수면입니다. 당연히 순천 꼬막도 그 맛이 일품입니다. 

▷연현철 : 그렇군요. 아침부터 벌써 군침이 도는데요. 작가님 저희가 시간 관계상 순천만 설명은 여기까지 들어야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권 :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현철 :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스케치 김선권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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