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고 하나로 외환시장을 휘어잡는 재경부의 최중경 국제금융국장



전설처럼 내려오는 재경부의 3대 이바고가 있다. 바로 현 최중경 국제금융국장과 퇴직한 배선영씨,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간 안홍철씨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이바고를 자랑하는 사람은 단연 배선영씨였다. 행시 24회 수석 출신인 배씨는 재경부내에서 ‘한국의 케인즈’라는 별칭도 갖고 있었다. 타칭 천재형인 배씨는 상사가 해외연수를 가라고 하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연수를 자진 포기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배씨는 과장을 끝으로 총선에 나가기 위해 4년전 재경부를 떠났다. 정치인으로 이번 총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가 청산유수형이라며 최국장은 조근 조근 얘기하는 형이어서 후배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아무튼 현재 재경부를 지키는 유일한 이바고는 최중경 국장뿐이다.





최 국장은 지난해 한국의 외환시장을 지킨 수문장으로 꼽힌다.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한국의 외환시장은 안정을 유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이 큰 신장세를 기록했다. 최 국장은 외환시장에 이른바 ‘ 최중경식 시장개입’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한 때 천 150원 밑으로 내려가자 갑자기 환율안정 자금을 한꺼번에 시장에 집어넣어 단숨에 천 170원대까지 밀어올리는 번개타법을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국장은 외환시장에서 찔끔 찔끔 밀리기 시작하면 반전시키기 힘들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시장이 방심하는 틈을 타 개입함으로써 환율을 끌어올리는 최 국장의 번개타법 효과는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최중경 폭탄’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 순간에 10원 이상 튀어 오르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당연히 외환딜러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뜨거운 맞을 본 외환딜러들은 이후부터 1~2원 범위내에서 거래를 했다. 최중경식 시장 개입 효과 때문인지 지난해말 원.달러 환율은 천 2백원대 바로 밑에서 이동하는 등 정부가 바라는 범위내에서 움직였다. 엔화와 유로화가 엄청난 강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최근 엔화와 유로화가 계속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가 106엔대까지 내려가자 원.달러 환율도 조금씩 미끄러지더니 한 주 사이에 천 180원대에서 1170원대까지 내렸다. 속도가 과하다고 느낀 최 국장은 오늘 아침( 1월 13일) 연합뉴스에 시장에 투기 세력이 가세하고 있다는 말로 이바고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 일일이 기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힘든 만큼 연합뉴스에 자신의 생각을 흘린 뒤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 최중경 시그널이 나오면 기자들은 일일이 최 국장을 연결해 전후 사정을 알아본다. 최 국장의 의도는 기사를 통해 시장의 외환딜러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 때문인지 오늘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원 이상 오르며 1180원대로 올라섰다. 한푼의 자금도 투입하지 않고 오로지 시그널 이른바 ‘이바고’ 하나로 시장을 휘어잡은 것이다. 완벽한 "원격조정 장치"의 성공이었다.

최 국장은 자신의 시그널을 내보낼 때마다 이를 확인하러 오는 기자들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의도된 제스처는 아니지만 기자들의 시장 중개 역할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평소 국제금융국장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외부인사와의 접촉 등으로 자리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국장이 시장에 시그널을 보낼 때만은 예외다. 아예 자신의 자리에서 기자들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정도이다. 문 밖의 과장들이 빨리 결제를 받으려고 헛기침하면서 기다리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와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다한다. 밖에서는 계속 헛기침이 나오고 오히려 최국장과 얘기하는 기자가 미안해 먼저 일어선다. 이바고의 귀재 최국장이 훗날 한 끗발할지 두고볼 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국장은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국장은 박사 과정을 밟기 직전 총리실에 잠시 파견 나가 있었지만 석달만에 원대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바람에 본의 아니게 6개월 정도 룸펜처럼 보직없이 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이후 최 국장은 해외 나가서 공부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고 하와이대로 떠났다. 하와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최국장은 거시 경제 정책을 일목 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당시에 닦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최 국장은 고급 경제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 국장은 지난해 승진한 인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다.



김진표 경제 부총리의 총애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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