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4월 8일 싱가포르에서 잠정 합의한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 방안의 최종 타결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월 14일 미국과 북한이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문제에 잠정 합의한 것에 대해 조지 부시 대통령도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써 싱가포르 잠정합의는 이행가능성이 높아졌다.
싱가포르 회담 다음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싱가포르 합의’란 표현을 써가며 회담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회담결과 합의이행을 완결하는데서 관건적인 미국의 정치적 보상조치와 핵신고문제에서 견해일치가 이룩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회담 직후 북핵신고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4월 11일 “아직 북한이 (신고)의무를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적 보상’과 ‘핵신고문제’를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합의했다는 북한측 발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회담 당사자인 힐 차관보는 싱가포르 협상이 ‘패키지 협상’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며칠이 지나면 북핵 2단계를 완결 짓고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을 폈다. 힐 차관보의 기대와는 달리 미 행정부와 의회의 대북 ‘현실주의 그룹’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합의발표가 어렵지 않느냐는 회의감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평행선을 그리던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은 현재 진행형인 플루토늄 방식의 핵개발에 관한 직접신고와 과거 우라늄 농축 핵개발(UEP) 의혹과 핵확산 의혹을 ‘간접시인’하는 절충안이었다. 싱가포르 잠정합의는 북미 양국이 시급한 플루토늄방식의 핵개발을 불능화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잠정합의가 정식합의로 이행되려면 미국이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빠르면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사이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윤곽이 들어날 수 있을 것이다. 북핵해결이 남북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이란 점에서 우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고 유 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