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24일 176개 공공기관의 시도별 배치방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관이 한전을 광주로 이전하고, 토지공사는 전북, 농업기반공사는 전남, 도로공사는 경북, 주택공사는 경남, 가스공사는 대구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다음달말까지 혁신도시 입지선정 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고 9월말까지 공공기관이 이전하게 될 혁신도시 후보지를 시.도 지사와 협의해 선정한 뒤 늦어도 2007년부터 이전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이번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의 자립화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 발전 전략을 통해 빠르고 압축적인 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 이로인해 ‘수도권의 과밀화’, ‘지방의 저발전’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입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또 지역과 지역간의 격차와 갈등이 심화돼 국민통합이 어려워지고 국토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져 국가경쟁력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지방세 수입 증가로 이어져 지방재정 확충에는 당장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방 대학 졸업생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넓어져 장기적으로 지방대 출신들의 실업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도권의 양적 팽창이 당분간 억제되고 도시과밀이 어느 수준에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사업이 신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참여정부의 주요 공약 사항이어서 국회 등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전 세계가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우리만 수도권의 기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쟁 또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난제들입니다. 당장 광역자치단체에 배정된 공기업을 어느 도시가 유치하느냐를 둘러싸고 기초자치단체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주민간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전지로 부상하는 지역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변 지역의 땅값을 부채질해 부동산 투기붐이 전국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해당 공기업의 종업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큰 난제입니다. 정부는 원할한 이전작업을 위해 그동안 노동계와 타협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110여개 기관의 종업원들이 이전에 반대하고 있고 이전 대상 지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기관도 적지 않아 앞으로 진통이 예상됩니다.



이전 비용도 문젭니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원칙적으로 기존 청사와 부지 매각대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전 계획의 청사 건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경우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고 대부분 신축 건물이 많아 용도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계약이 이루어질 지도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이전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의 어느 정도가 이전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직원의 경우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두고 자신만 이전 지역으로 옮겨 신종 기러기 아빠가 많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공기업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는지도 문젭니다. 공기업의 특성상 중앙정부와 업무조율을 해야할 일도 많고 수도권에 주요 사업장이 많아 비용측면에서 이전기업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따라서 공기업의 지방이전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면 일단 시작은 되겠지만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예산 편성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이번 사업이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을 조장하고 지역과 지역의 갈등을 유발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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