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발발 55주년을 며칠 앞두고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전방부대의 총기난사 사건은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지켜주는 군을 오히려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참여정부 들어 잇달아 발생한 군 관련 사건들은 단순한 일과성이 아니라 군 기강 해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책임지휘관들의 숱한 재발 방지 다짐과 사고 예방대책 강구에도 불구하고 기강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 생각할 수 없는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져 안보태세가 밑바닥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따라서 전면적인 군 내부의 개혁 없이는 대형사건·사고의 재발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방부대 GP 총기 난사사건도 한마디로 군 기강 해이에서 빚어진 참극입니다. 군사분계선을 불과 수백m 앞두고, 가장 군기가 엄정해야 할 최전방 감시초소에서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충격적인 사건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잊었습니다.

더구나 이틀 전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 철책을 넘어와 4일이나 배회했는데도 군은 까맣게 몰랐다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닙니다. 최전방의 기강과 경계태세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뚫린 것이 아닌가 군 당국자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어쩌다 우리 군이 이렇게 됐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지난번과 같이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됩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대해 분명한 책임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하듯 재발한 것입니다.



단순한 기강해이 차원을 넘어 군의 총체적 위기상황이라는 인식아래 원인과 문제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군 구조의 혁신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마음 놓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도록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그 어느 것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대체로 군 기강해이 문제와 신세대 사병의 부적응 문제 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상명하달, 명령과 복종, 나라의 애국심과 정신교육 등 군의 존재 이유와 직접 관련되어 있는 군 집단의 특수성과 지휘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 후자는 자유로운 발상과 얽매이지 않는 성격에 길들여진 신세대가 사회와 격리된 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군생활 자체를 두렵게 하는 군대문화의 속성과 군인 인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 원인을 찾는 입장은 비록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군조직과 병사 관리상에 문제가 있으며,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노후된 시설을 고치고 장교 숙소, 내무반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자부심을 주지 못하는 의무복무의 근본 문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상관과 부하의 의사소통의 활성화, 자아정체감 상실의 회복, 군생활 적응에 필요한 개인별 프로그램 시행 등을 통해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군 사회복지사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사건 자체를 은폐하거나 봉합하곤 하였는데 이번만은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군당국자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군을 신뢰하지 못한 채 어느 부모가 군을 믿고 군에 보낼 것입니까?

국민의 믿음과 사랑받는 군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절실히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참극을 계기로 군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해서라도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군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수립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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