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을 완전히 풀기로 했다. 또 상호출자와 채무보증금지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자유롭게 세우고 가공자본을 만들어 무한 증식하겠다는 것을 허용하는 조치이다. 현재 우리경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 속에서 대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손발을 묶었던 정부규제들을 과감히 푸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리고 기업들의 창업을 확산시킨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기반이 극도록 취약한 상태에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만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수직적 하청관계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구조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납품가 후려치기, 발주계약취소, 원가부담전가, 대금지불지연, 기술탈취 등 대기업의 횡포가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대기업 규제를 푸는 것은 중소기업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원칙을 완화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은행들에 대한 산업자본의 직간접 참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금융산업까지 지배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는 중소기업들의 붕괴와 해외이전으로 산업공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살아남아 있는 중소기업들도 빈사상태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도위기의 중소기업이 열 곳 중 네 곳이나 된다. 이에따라 경제의 고용창출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을 최우선과제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연쇄적으로 쓰러지고 있는 중소기업부터 살려야 한다. 대기업규제를 풀기에 앞서 중소기업 대책부터 내놔야한다는 것이다. 하도급횡포의 근절, 대기업과 상생체제구축, 금융지원, 기술훈련 등 중소기업들을 위한 조치들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렇게하여 경제구조를 중소기업중심으로 전환하고 고용창출능력을 획기적으로 높혀야 한다. 다음 대기업규제를 풀어야 기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경제가 서민경제의 몰락과 사회양극화를 막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며 살아날 수 있는 길이다. 



이필상(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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