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꿈꾸며 문화종주국이라 자부하고 있던 프랑스인들의 눈을 크게 띄워주는 의미 있는 행사가 얼마 전에 열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50호인 불교 영산재가 3월 28∼30일 프랑스 파리 오라토리움 생제르맹 극장에서 공연된 것입니다. 이번 공연은 영산재 예능 보유자 구해 스님과 회원들이 프랑스 ‘세계 문화의 집’이 주관하는 ‘세계 문화 상상의 축제’에 초청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사흘간의 공연 기간 내내 350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프랑스 관객들은 한국의 불교문화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그것은 흡사 19세기의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것은 바로 불교가 서양에 전해진 것이라고 아놀드 토인비가 대답했던 것처럼 21세기 세계의 문화광장에 영산재라는 한국불교문화의 정수가 선을 보이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공연과 별도로 이뤄진 29일 ‘출연자와 관객의 만남’에도 150여 명이 참석해 궁금증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자크 에르방 파리시 연극자문위원 등 관객들은 한국인들에게는 전통 예술이지만 우리는 아주 현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아주 아름다운 공연을 해 준 태고종 스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봉원사에서 직접 영산재를 관람한 뒤 부관장에서 관장으로 승진한 아르발 에스베르여사는 소리와 제스처 등 다른 어느 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특정 프로그램 위주의 불교 신행방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국가의 문화재로 지정받고 문화의 세기인 21세기를 맞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알아차린 불교단체 모든 곳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영산재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옛모습 그대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충분히 가지고 있는 전통의 콘텐쯔에 새로운 시대상을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영산재에 활용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부분별로 나누어 특화하고 ,몇 단위로 묶어서 특화하며 전체로 엮어서 통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음악,무용,의상,장엄,디자인 영산재에 등장하는 교리발달사적 가르침과 사상 등을 현대와의 조화를 이룩하는 접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영산재는 더 이상 태고종만의 것도 아니고, 불교만의 것도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것으로 지구촌문화재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서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영산재의 다양만 문화 및 경제 가치를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법현스님(열린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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