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정부가 등장하고 나서 나오는 정책들을 볼 때마다 예상과는 다른 부분들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5월부터 전국의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무료 관람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료 관람처럼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는 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와 유사한 정책들이 이른바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양산된다면 이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신뢰가 흔들릴 수 밖에 없고 이번 정부의 성공 여부로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늘 공짜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비용을  사용하고 난 다음 그 비용을 다른 사람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  우리가 지난 10년으로부터 배워야 하고 고쳐야 할 일은 바로 제대로 된 자유주의의 원리의 실천을 통해서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행해 왔던 각종 공짜점심을 없애가는 것이야말로 이번 정부가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번 공짜로 주어지는 것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이런 점에서 실용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개혁조치들은 얼마든지 말의 성찬(聖餐)이나 용두사미(龍頭蛇尾) 꼴이 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공짜점심의 모습을 지닌 신설 정책은 어떤 경우든 신중해야 하고 가능한 실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용이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경우는 이렇게 저런 경우는 저렇게’라는 편의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의 수장은 사업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다. 원래 사업 세계는 원리원칙 보다는 상황에 맞추어서 일이 되는 쪽으로 그러니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때문에 사업가들의 세계에는 원리원칙을 따지고 집행하는 사람들은 생존이나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그런 사람들은 때로는 고지식한 인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국가경영과 사업경영은 엄연히 다르다. 국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서 가능한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하려고 한다. 이런 성향을 나무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본래 혜택은 자신이 누리고 그리고 비용은 익명의 다수에게 전가하는 일에 대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사업 세계에서는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가 뚜렷하다. 거래 상대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서 다수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요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의 정책이란 축구공처럼 이리 저리 움직여 다닐 수 있다. 때로는 목소리가 강한 집단이 정책을 이용해서 익명의 다수를 약탈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