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소위 ‘9.9절 행사’에 나타나지 않자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다양한 첩보를 근거로 보도경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사회가 김정일의 신상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언론이 보도경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문제는 북한체제의 운명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지도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언론경쟁이 우리의 대북정책, 국익구현에 얼마나 바람직한지를 따져 보면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갖가지 설을 중심으로 북한 내부를 들여다 보고 보도경쟁을 한다면 다음 몇 가지 사실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입니다. 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우리의 정보능력은 북한체제에 망신을 당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망신을 당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설’을 바탕으로 잘못된 보도를 한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의 정보능력이 불신을 받으면 우리 국가의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둘째,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북한당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치 북한내부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당국과 주민들에게 엄청난 대남불신을 만들 것이고, 그러한 불신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장애가 될 것입니다. 우리정부, 특히 통일부가 신중하고 절제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셋째, 북한의 불안요인이 부각되면 될수록 전체 한반도의 불안정이 부각되어 우리 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부 여론 주도층, 전문가들이 최근 북한의 불안요인이 북한 스스로 안정을 유지할 수 없는 급변사태로 진행될지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없더라도 우리 안보에 부담이 될 모든 상황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하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당국이 상황에 맞게 대비계획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1942년생인 북한지도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신상에 갑작스러운 일이 항상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북한체제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북한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아닙니다. 북한체제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핵불능화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일과, 금강산 사건 등 남북관계 현안을 조기에 해결하여 남북관계를 제대로 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북한지도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보도 경쟁 보다 북한체제의 변화실상을 파악하고 변화를 촉진시킬 방안을 찾는데 보도경쟁이 있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백 승 주(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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