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1조원 정도의 에너지 보조금을 지불하는 문제가 여야 쟁점이 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가 짊어지게 된 손실분을 추가경정예산을 이용해서 보전해 주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정 공기업의 손해를 정부가 막아주는 일이 올바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쁜 선례가 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찬성하는 측에서는 물가안정이란 명분으로 유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막아 왔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을 인상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에서도 수긍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가득이나 물가 상승 때문에 시민들이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료까지 인상시키게 되면 다른 물가 상승을 부추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질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의 전기요금을 지나치게 싸다. 예를 들어, 2007년 12월말을 기준으로 1킬로와트에 대한 전기요금 종합판매단가는 한국은 100원이다. 반면에 일본은 170원, 영국과 프랑스는 148원으로 동일하다. 물론 미국은 107원으로 우리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전기료를 더 낮출 수 있는 방안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전력공사나 가스공사의 경영을 더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어느 정도 전기료를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가에서 차지하는 원료비의 증가는 국제 원유시장의 가격변화를 어느 정도 반영하였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정치논리가 동원되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누름으로써 1조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을 이번에 정부가 보전하는 문제를 두고 여야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게 되었다.





   가격이 싸면 자연히 많이 사용하게 된다. 수요공급원리라는 것은 어디든지 진리이다. 가격이 싸면 많이 사용하고 가격이 비싸면 절약하게 된다. 싼 가격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캠페인 등을 이용해서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을뿐더러 솔직하게 말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라는 감정적인 구호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가격이다.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자연히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 자신의 지갑에서 나가는 돈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변화는 정말 솔직하다. 시장경제원리를 우리 사회 곳곳에 정착시키자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가격을 이용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바로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경제 운용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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