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년만의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고 유엔식량계획(WFP)가 최근 밝혔다. 북한 농업 당국자도 “이제는 식량을 주겠다는 나라도 없고, 줄 형편에 있는 나라도 없다”고 하면서 자력갱생과 내핍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식량난의 원인으로 미제국주의의 제재, 간부들의 형식주의적 일 본새, 일반주민들의 주인의식 없는 사업작풍, 자연재해 등을 나열한다.




  조금씩은 원인이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 원인들은 모두 북한 지도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한다. 왜 북한만 여태까지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는가?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에서 풀려나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성공하였는데 왜 북한은 십수년간 핵문제에 매달려 스스로를 국제사회에서 고립봉쇄를 자초하는가? 남이나 북이나 기후조건이 유사한데 왜 북한만 해마다 큰 수해를 입는가? 치수사업에 쓸 돈을 정치권력 유지에 쓰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해도 최고지도자의 책임은 매우 크다.




  그런데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 것은 더 구조적인 문제이다. 북한의 경제가 빈곤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더 심각한 데 있다. 국가경제가 김정일 1인의 정치자금 조성을 위한 수탈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외화를 벌 수 있는 원천을 중앙당 39호실과 38호실이 주도하는 궁정경제가 독점하고 있고 인민경제는 이 독점구조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금, 칠보산 송이버섯, 서해바다 꽃게 및 조개, 동해바다 생선 등 해외에 수출하여 달러를 벌 수 있는 것은 모두 당의 궁정경제가 장악하고 있다. 궁정경제의 유동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민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의 217배나 된다고 한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궁정경제는 김정일의 통치에 사용되는 돈이다. 그 돈을 김정일의 권력 유지와 권력 향유에 쓰고 인민경제에는 쓰지 않는다. 가령, 1990년대초 UNDP가 주도하여 추진하던 나진·선봉 특구가 실패한 원인의 하나는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외화가 필요한데 김정일은 달러를 여기에 투입하지 않기 위하여 자본주의 황색바람이 들어온다고 핑계를 대고 사업추진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에서 비료가 부족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내각이 흥남비료공장을 개보수에 필요한 설비를 수입하기 위하여 달러지원을 요청하였으나 김정일은 조선의 ‘위대한 노동자’에게 맡기면 무슨 기계든지 다 만들어내는데 왜 외제 기계에 의존하는가, 사대주의 발상을 버리라고 하면서 달러를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비료공장 개보수는 무산되고 말았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