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다시피 법륜스님은 1990년대 중반 북한주민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굶어죽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이 땅을 사는 성직자의 소명으로 북한주민돕기 불교운동을 이끌어 왔습니다. 북한 노동당 비서를 하던 황장엽씨가 우리나라로 망명하여 200여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있었다고 증언함으로써 우리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법륜 스님은 2008년 5월 현재 북한 내 식량상황이 1990년 중반에 북한주민이 직면했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법륜 스님에 따르면 2008년 4월 초에 북측 구금시설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현재 황해북도 농촌지역에서 매일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상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식량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굶어 죽는 북한주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이 이렇게 처한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북한당국에 있습니다. 2000년 초반 다소 호전된 북한식량상황이 최근에 다시 악화된 것은 북한당국이 2006년 10월에 핵실험을 통하여 국제사회와 대결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와 우리정부의 식량지원은 감소되었고, 북한 내부가 비축하고 있던 식량은 고갈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2006년 7월, 2008년 8월 연속적으로 곡창지대인 황해도, 평안도 지역에 큰 수해피해를 입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국제곡물 가격이 폭등하여 만성적으로 외화가 부족한 북한당국이 같은 예산으로 수입하는 식량도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북한당국의 잘못된 핵개발정책과 국내경제정책 때문에 북한주민이 ‘굶어 죽느냐, 살아 남느냐’라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것입니다.


법륜스님의 호소가 아니라도 우리정부는 긴박한 북한의 식량사정에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우리정부는 북한주민의 고통에 어떻게 대처해야 ‘상생과 공영의 실질적 통일기반을 확충하려는 대북정책 목표’를 구현하는데 유리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책결정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정부가 ‘자비무적’이라는 스님의 호소만으로 북한을 다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차례 우리정부는 '북한당국이 지원을 요청하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은 우리정부가 요구하는 ’지원요청‘을 굴복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굶어 죽어가는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 보다 당국의 자존심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굶어죽어 가는 북한 주민을 구휼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한지, 아니면 잘못된 북한당국의 선택을 질책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굶어죽는 북한주민에게 일차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사람은 북한당국이지 우리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정의․인도․동포애’ 및 ‘인류공영’을 강조한 우리나라 헌법정신, 상생공영이라는 대북전략의 틀 속에서 법륜스님의 진단과 해결방법을 대북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승주(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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