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2기 국무장관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명되면서 국무부내 핵심 정책결정 라인이 전면교체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은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무부내 정책결정 라인의 전면교체가 선명히 제시하고 있는 메시지는, 미국의 대외정책팀은 이제 강경파와 온건파간 갈등을 극복하고 강경파로 정리됐고, 따라서 세계 유일 최강으로서 `강경 일방주의'를 기본노선으로 택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기본적으로 힘을 바탕으로 한 강경노선을 분명히 선택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전제위에서 우리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바라봐야 합니다.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는 한 인터뷰에서 "힘이 없는 정의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말은 앞으로 미국이 힘을 바탕으로 한 대외정책을 펼쳐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국무부의 새로운 인적구성과 라이스 지명자의 이같은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우리 외교안보팀이 앞으로도 `민족공조론'이나 `자주외교론'에 집착할 경우 얼마나 미국과 충돌 대립할 것인지를 예고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라이스 지명자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도덕적 내용물이 없으면 안된다"고도 했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힘을 바탕으로 도덕적 정의를 추구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라이스 지명자의 이런 언급은 곧바로 북한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핵을 개발하면서도 수많은 주민을 가난과 굶주림으로 내몰고 있는 북한 정권을 향한 목소리인 것입니다.



국제정치학에서 `힘의 정치'에 관한 유명한 말 중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정의는 동등한 힘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정의는 곧 강자의 이익이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런 교과서적 힘의 정치를 미국의 국무장관 지명자가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런 기조에서 북핵문제, 김정일 정권의 본질에 대한 시각, 북한주민 인권문제, 심지어 북한에 대한 정밀공격 시나리오, 그리고 이라크 파병연장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미국은 `힘과 도덕'이라는 두 가지 잣대만을 들이대며, A냐 B냐 하는 식의 `양자택일'을 우리 측에 요구하는 상황이 더 많아 질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북한을 두둔하거나 민족공조니 민족동맹이니 자주외교니 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면 엄청난 장벽에 부닥칠 것이 뻔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나 국민은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팀교체를 계기로 한미동맹관계를 획기적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현재 동맹피로 현상에 빠져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서로를 피곤해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같은 한미 양국간 `동맹피로' 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입장을 대변하는 전도사처럼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미국의 감정을 사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현명한 외교가 아닙니다.



김대중 정권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한미동맹관계에서 빠져나와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 당연히 할 말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그 방법과 방식은 신중하고 치밀해야 합니다. 막연한 민족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안됩니다. 결과적으로 강대국들에 의해 따돌림을 당함으로써 실제적으로는 주권국가로서 외교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만 이 험난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냉철하고 현실적인 외교적 감각과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이번 국무부의 외교안보팀 교체를 계기로 한미동맹관계가 새롭게 복원되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되어온 한미 동맹관계를 훼손시켜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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