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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악수를 해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온 세상이 자비와 지혜의 등불을 밝히고 부처님이 이 땅에 나투신 참뜻을 새기던 부처님오신날, 이 ‘꼿꼿 장수’는 십 수 년 만에 천년고찰 은해사에서 불미스럽게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국방부의 수장이 아닌 제1야당의 수장, 황교안 대표. 황 대표는 이 날 봉축법요식 내내 그 수많은 불교의례에도 시종일관 꼿꼿하고 빳빳하게 합장(合掌)조차 거부하고 서 있기만 해 전국 불자(佛子)들의 분노와 빈축을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5.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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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이었다.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관련 기자회견을 어떻게 보도할까 고심하던 중 기자회견을 아예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은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기자 혼자 헛발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 떠난 애인의 적선(積善)이나 바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북녘만 바라봤지만 ‘미사일 도발’로 대답하는 북핵 문제와, 사람 빼고 모든 동물이 살았다는 패스트트랙 국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국민들에게 이런 저런 할 말이 많을 줄 알았는데, 기자는 또 순진했나 보다. 대신 특정언론 한 곳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5.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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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치열하다. 아니, 양쪽이 다 신뢰할 만한 의사한테 물어봐서 진단 결과를 공식 발표하면 그만인 것을, 왜 자기들끼리 “꾀병이다, 아니다”를 다투는 지 기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단 결과, 정말로 불에 덴 것 같고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라 수감생활을 못할 정도면 풀어줘야지, 어떡할 것인가. 이미 전두환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 보다도 오래 형을 산 전직 대통령이고, 만에 하나 감옥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문재인 정부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반대의 경우에는 정상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4.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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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은 이렇게도 생각된다. 왜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면 안 되고 부패하면 안 되나. 왜 내로남불과 위선의 끝판이면 안 되고, 도덕적 불감증과 허위의식으로 똘똘 뭉치면 안 되나. 촛불정신이 잉태한 성스러운 정부라서? 문재인 정부를 세운 사람들 가운데 당시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촛불 들었던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촛불정신을 온전히 문재인 정부에게 갖다 바치나? ‘촛불정신을 계승하려고 했다’고는 할 수 있어도, 촛불정신이 곧 문재인 정부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보여 왔던 온갖 일탈과 비위행위를 조금만 눈여겨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4.0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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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설 반백년을 맞은 통일부의 전성기는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의 문을 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였을 것이다. 이후 ‘통일부 무용론’까지 나왔던 이명박 정부의 엄혹함에 비하면 지금 문재인 정부 때도 나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재량권’ 차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산파였던 임동원, 정세현 장관의 가공할 파괴력은 노무현 정부의 정동영, 이종석 장관에게 고스란히 계승됐고 대통령의 무한 신뢰는 물론, 간혹 정치적 지분까지 더해져 실세 장관으로서의 입지가 탄탄했다. 세월도 훈풍 자체였다. 대통령이든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3.2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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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3강(强)이라고 한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홍준표 전 대표를 일컫는다. 황교안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박계는 별 일이 없으면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세 사람이 다 흠집과 원죄가 있다. 어차피 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고르는 것이라면 황 전 총리가 가장 유리하다”고 낙관했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모든 친박이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진중하다 못해 소심하다고 알려진 황 전 총리가 ‘들러리’ 서자고 ‘여의도 캐슬’의 문을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2.0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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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저 한 세월이지만, 촘촘히 헝클어진 그 망각의 씨줄과 날줄을 애써 걷어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니깐 그 시절, 기자는 이른바 ‘조찬 마와리’의 마지막 세대로서 정가의 현장을 취재했다. 새벽까지 먹은 술이 덜 깨 연신 헛구역질을 하며 당 총재나 대표, 대선후보 집으로 출근해 이미 모여 있던 당직자, 기자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온갖 정보와 수다를 챙긴 뒤 당사로 향하던 정치부 말진 기자였다.무엇보다 지금처럼 기자 수가 많지 않았고, 기자실도 국회가 아닌 각 정당에 있었던 시절이었다. ‘조찬 마와리’ 취재문화가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9.01.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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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년 여름, 종단은 몰락했다. 조계종 수장의 은처자 의혹으로 촉발된 갈등은 종단을 산산조각 냈다. 종권을 가진 세력은 사분오열로 쪼개지면서도 하나라도 더 지키려고 몸부림쳤다. 종권을 가지지 못한 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보검(寶劍)인 ‘적폐청산의 광기’에 올라타 배고팠던 세월을 하나라도 더 보상받고 싶어 했다. 저 마다 절집에서 생산할 수 있는 온갖 명분과 수사(修辭)를 남발하며 ‘부처님 장사’에 열을 올렸지만, 사부대중은 냉담했다. “또 중들이 싸우는 구나...” “또 밥그릇 싸움 하는구나...”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방송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8.11.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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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재벌가의 오랜 갑(甲)질 혐의가 그 집안의 기둥뿌리인 비행기도 멈출 태세이다. 평생 저 집안의 비행기를 타고 다녔던 사람들이 온갖 비난을 입에 담고 다시는 타지 않겠다고 한다. 혐의 내용들이 다 맞다면, 저들이 돈만 믿고 벌여온 작태들은 감옥에 가야 셈이 맞다. 어머니와 딸들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포토라인 앞에 섰지만 그들의 속마음을 아는 국민들은 싸늘하다. 한 변호사는 기자에게 지금 어머니가 받고 있는 혐의의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시키려면 대형로펌 전관 변호사들에게 최소 10억 원은 줘야한다고 말했다. 정말 돈의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8.07.1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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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무원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나는 오늘도 위 분들의 연설문을 쓰며 하루해를 다 보냈다. 자기가 폼 잡고 읽을 연설문을 왜 맨 날 남의 손에 맡기며 손가락 하나 까닥 안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입부할 때부터 이렇게 먹고 살아야한다고 선배들에게 배웠다. 눈만 뜨면 국민혈세 탕진하며 싸우는 여의도 정객들 종노릇 보다 더 힘든 게 우리 위전들 비위맞추는 것이다. 뾰족한 결론도 못 내면서 밤새 회의만 해대며 밑의 직원들 빼도 박도 못하게 하는 것도 우리 상사들의 특징이다. 매일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지만 대부분 쓸 데 없고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8.05.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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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호수가 보이는 신도시의 아침은 분주하다. 서둘러 이 도시를 빠져나가 서울 도심으로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은 새벽부터 미어터진다. ‘저 버스를 타고 가야 몇 시 지하철을 탈 수 있고 그래야 지각을 안 하는데...’ 오직 빨리 가야한다는 일념뿐이다. 뛰고 뛰고 또 뛴다. 또 한편에서는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려는 자가용 승용차들의 물결이 형형색색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람 하나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의 간격으로 촘촘하게 달라붙어 있다. 신기한 것은 이 거대한 엑소더스가 아침 8시를 넘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8.05.0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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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잔재가 도두항의 낭창낭창한 바다를 유혹한다. 이호테우 해변에서 길을 잃은 갈매기들은 에메랄드 빛깔의 함덕에 이르러 안도한다. 용두암의 노을이 붉은 해를 삼키면 수평선은 멸치배의 불빛으로 이내 하얘진다. 검은 현무암이 빚어낸 섭지코지에는 쑥부쟁이들이 만개해 어느 덧 성산일출봉과 어울린다. 망망대해란 이런 것이구나... 내 혈육이 뛰어놀고 있을 바다보다도 푸르구나... 거미줄처럼 얽힌 올레길 어딜 가도 억새풀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국화도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구성지게 울어대던 풀벌레들은 사라졌지만 말들은 여전히 풀을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7.11.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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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지나 몰아봤다. 황당하지만 재미있었다. 가슴에 꽂힌 칼을 빼줄 도깨비 신부를 찾아 천 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한 많은 도깨비 이야기나 조선시대 처음 만나 몇 백 년을 달달하게 이어가는 사람과 인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자라고 흥청거리고 성숙해 어느 덧 인생의 가을을 목전에 둔 자의 피로와 고갈을 채워주는 듯한 낯선 신선함이었다. 더욱이 이 드라마 주인공들의 비현실적이고 압도적인 외모를 더하면 어릴 적 동화나 만화 속 인물들이 현실로 튀어 나와 사랑스러우면서도 원숙한 교태를 뽐내는 것 같았다.주변의 반응을 물어보면 극명하게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7.04.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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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사회부 막내가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패터슨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고 보고했다. 솜털이 뽀송뽀송했던 17세 소년은 온 얼굴에 수염이 만개한 36세 젊은이로 겁 없이 자랐지만 온갖 표정을 가증스럽게 연출하며 여전히 억울해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기자의 인생에 집요하게 인연의 고리를 걸고 있다. 1997년 4월 3일 사건 당일 밤, 기자는 용산 KATUSA(카투사)로 복무하며 사건 현장에 있었다. 어느덧 Corporal(코퍼럴, 상병)을 단 지도 넉 달째, 미군 음식이라면 냄새만으로도 역겨워 몸부림치던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12.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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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리모컨을 누르는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채널은 차고 넘친다. 본방 사수는 옛말, 몇 천원만 있으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골라서, 또 몰아서 볼 수 있다. 뛰어놀 운동장이 많아지니 연예인들만 대목을 맞았다. 잘나가는 당대의 스타든, 한 물 간 예능인이든 여기 저기 끝도 없이 나오며 시답잖은 말장난으로 자기들끼리 하루 종일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논다. 이제 제발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마치 돌려막기 하는 것처럼 벌써 십 수 년을 저러고 있다. 나라 밖에서 찍는 프로그램도 봇물을 이룬다. 국내에선 성에 안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07.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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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특별히 정의로운가? 잘 모르겠다. ‘정운호 게이트’ 등으로 서초동이 완전히 도매금으로 넘어갔지만 그래도 기자는, 영화에서처럼 ‘법의 심장’을 노래하며 날마다 ‘사법정의’를 곱씹는 열혈검사들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수백 건의 사건을 주꾸미 소주 한 잔과 라꾸라꾸 침대에 의지해 처결하는 용기 있고 따뜻하고 공평하고 바른 검사들이 오늘도 재판정을 채우고 있다고 본다. 내가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 자식들이 살아갈 다음 세상이 최소한 이것보다는 낫게끔 ‘향기로운 꽃 한 송이는 피우고 간다’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07.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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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라. 당신의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그 날의 모든 저주는 시작된다. 좋은 사람들과 마냥 거닐고 싶던 그 푸른 초원에서 자꾸 집에 가고 싶어진다. 팔이 아니라 몸으로 치는 것이라는 고릴라 레슨강사의 아우성이 머리에선 쉼 없이 맴돌지만 몸은 이미 광활한 대자연의 기에 눌려 그저 더 세게, 더 멀리 보내고자 하는 욕심에 퉁퉁 불어터질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다. 생방송 스튜디오 안에서도 힘은 철저하게 빼야한다. 어느 대목 나 홀로 중요하다 여겨, 혹은 이것만큼은 지나치게 잘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너무 강하게 방점을 둬 읽다가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06.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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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다가가 친하고 싶었다. 그러나 쉽게 곁을 주지 않으셨다. 이미 ‘법정(法頂)’이라는 법명은 하늘과 땅의 무게로 세상을 주유하고 있던 터라 서둘러 눈에 들어 손이라도 한 번 잡고 싶었지만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병든 열정과 치기로 들떠있던 20대의 끝을 잡고 우연찮게 몇 번 뵀던 스님은 그러하셨다.스님의 말씀은 기억이 난다. 특별히 기자에게만 해주신 말씀은 아니었다. 동행한 모든 이들과 함께 말석에서 귀동냥하듯이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도(茶道)에는 문외한이라 요구르트 반병도 안 되는 쓴 물 한잔 얻어먹는 데 참으로 시간이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03.3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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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다. 십 수 년 기자생활을 했는데, 아직도 끝까지 읽을 수 없는 기사가 있고 들을 수 없는 보도가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지난 세월 이 기막히고 참담한 세상에서 어지간한 악마들의 향연은 다 목도(目睹)하고 단련된 줄 알았다. 분명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한 살육과 패륜, 광기의 쇠꼬챙이에 수도 없이 찔려봤건만, 7살 원영이가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원영이는 그래도 마지막에는 엄마 품에 안겼다. 하얀 재가루가 돼 떨어지는 엄마의 눈물을 마셨을 것이다. 차디찬 욕실감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03.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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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나만 쳐다봅니다. 아무렇게나 파진 주름이 더욱 더 제멋대로 눈가를 휘저어 거의 눈망울이 보이지 않는 연로한 아버지와 이제 남은 건 ‘눈물’ 밖에 없으면서도 오지랖 넓게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챙겨주려는 어머니, 그리고 별보며 나가 별보고 들어오는, 그야말로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공무원 아내와 맞벌이 부모 밑에서 늘 혼자 잠들어야 하는 딸아이까지 모두들 나만 쳐다봅니다.직장에서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가장 많은 일을 가장 오래해야 하는 연조가 됐습니다. 위에서는 쉼 없이 지시와 주문을 쏟아내고 밑에서는 끊임없이 사고를 칩니다.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양창욱
2016.01.14 09:27